"보호자님들도 같이 가실까요? 얘는 이름이 뭐예요? 이 친구는 많이 컸네요?"

기자가 찾아간 경기 남양주 보듬컴퍼니.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곳이라 지도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었지만 강아지들이 짖는 소리에 인터뷰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울타리로 둘러쳐진 출입문을 들어서자 야트막한 언덕이 있는 넓은 공터에서 보호자들과 강아지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강아지들에게 둘러싸인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 훈련사(32)가 서 있었다. 비로소 TV에서만 보던 '반려견들의 개통령'이라 불리는 강 훈련사가 내 눈앞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반려견 교육은 반려견이 아니라 보호자를 교육시키는 것"이라는 그의 속 깊은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형욱 씨 하면 '개통령'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개통령'이라니 부담되네요(웃음). 반려견들이 잘 따른다고 생각해서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주는 것 같아요 ―보듬컴퍼니의 대표 훈련사시죠. 훈련사라는 직업은 익숙하면서도 낯선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훈련사는 반려견이 왜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 보호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강아지 교육을 한다는 측면에선 강아지 선생님 혹은 훈련사 등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죠.

반려견의 언어와 행동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강 훈련사는 보듬컴퍼니를 창업하고 대표 훈련사로 다양한 반려견을 만나고 있다. 그가 처음 강아지를 접한 것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릴 때부터 강아지에 관심이 많았나 봅니다

▷전 한글도 강아지 이름으로 뗐어요(웃음).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강아지 잡지를 보면서 강아지 이름을 익혔고, 강아지 사진을 오려 연습장에 스크랩도 했죠. 12세 땐 진짜 진돗개를 찾아보고 싶어서 혼자 버스를 타고 진도에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전람회도 많이 다녔죠. 누구에게 의지하고 알려달라고, 대신해달라고 하기보다 혼자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었습니다.

강아지를 좋아했던 강 훈련사에겐 어린 시절 아픈 기억이 있다. 그의 아버지는 강아지를 사육하는 속칭 '개농장'을 운영했다. 강 훈련사는 우리 속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강아지들을 보는 것이 상처로 남았다고 회고했다. ―번식장은 공개하기 쉬운 이야기가 아니었을 텐데요

▷아버지는 한때 속칭 개꾼(개장사)이었어요. 매우 가난하게 사셨지만 마음은 착한 분이었습니다. 당신이 키우는 강아지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항상 가지고 계셨죠. 강아지를 잘못 입양 보내면 혼자서 소주를 연거푸 들이켜며 속상해 하셨습니다. 이런 환경이 제가 직업으로서 훈련사를 택하는 계기가 됐죠. 어릴 적 아버지가 키우는 강아지들이 불쌍해 보여서 산책을 시켜주려고 강아지를 우리에서 꺼냈다가 아버지한테 많이 혼난 적이 있었습니다. 강아지가 우리에서 나오면 엄청 짖거든요. 개 짖는 소리에 주변에 사는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들어오면 농장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어 아버지가 혼내신 건데 어린 마음에 많이 억울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 강아지와 관련된 봉사활동을 열심히 했어요. 적어도 아버지 농장에서 키우는 개들의 여건을 바꿔주지 못한다면 다른 걸 바꿔보고자 했거든요. 유기견센터도 많이 다녔죠. 그러면서 훈련사라는 직업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 당시 봉사활동도 많이 하셨죠?

▷처음 봉사활동을 간 곳에 강아지들이 '너무' 많았죠. 시설도 열악해 강아지들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사랑도 못 받았습니다. 일하는 사람이 몇 없어 강아지들이 아프거나 다쳐도 제대로 관리가 안 됐죠. 이걸 보기 힘들었습니다. 봉사활동 중 아픈 강아지를 발견해 어른들에게 알려드리면 한 주 뒤 다시 봉사활동을 갔을 때 건강을 되찾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더군요. 한 번은 강아지 배설물로 보이는 게 있어 치우려고 다가갔더니 죽은 새끼 강아지였던 적도 있어요. '이건 지옥인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마음이 편치 않아서 오래 못했어요. 봉사를 다녀왔지만 개운하고 기분이 좋고 그렇지 않았죠.

강 훈련사는 봉사활동 시절의 아픈 기억을 차례로 이야기해줬다. 강아지들이 먹을 게 없어서 유통기한이 지난 라면을 구해오기도 했고, 제과점을 돌면서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가져오기도 했다.

훈련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그는 고등학생 때 자신의 길을 개척하기로 했다. 일반 학교 대신 2주에 하루 나가도 되는 방송통신고등학교로 진학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오전 4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반려견을 돌보는 고된 일이 이어졌지만 강아지들과 함께하는 일이 하고 싶었던 그에겐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강 훈련사는 1999년 한국장애인 도우미견학교 훈련사로 입문해 훈련사의 삶을 시작했다. ―어릴 적 기억에도 불구하고 훈련사가 되기로 하셨네요?

▷제 가장 큰 꿈은 개와 같이 오랫동안 즐겁게 사는 것이었습니다. '강아지와 가장 행복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훈련사가 되기로 했죠. 강아지들과 많이 접하는 직업은 수의사, 미용사, 훈련사입니다. 수의사, 미용사 둘 다 중요한 일을 하지만 가끔씩 '악역'이 돼야 해요. 주사를 놓거나 털을 깎는 등 강아지들이 싫어하는 것을 해야만 하죠. 반면 반려견 훈련사들은 항상 강아지들과 놀아줍니다. 강아지들에게 수의사, 미용사, 훈련사 셋 인기투표를 해보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훈련사가 가장 많은 표를 받을 겁니다. 강아지들하고 자주 놀아주니까요. ―훈련사가 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훈련사들을 찾아가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청각장애인 안내견 훈련소 같은 곳은 후원 인력이 부족하거든요. 이런 곳을 돌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배설물도 치우고 강아지 산책도 시켰죠. 훈련사들은 도제식으로 양성됩니다. 한 훈련사의 경험과 이론을 전수받아야 하니까요.

강 훈련사는 특유의 나긋나긋함으로 반려견을 대한다. 강압적인 훈련보다는 반려견의 행동을 먼저 이해하고 교감하려고 한다. 이런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강 훈련사도 한때는 반려견을 혼내면서 가르치는 압박훈련 전문가였다. ―압박훈련은 지금과는 정반대인 훈련법 아닌가요?

▷우리나라 초기 반려견 훈련은 일본군 군견 훈련소에서 일하던 분들을 통해 전수됐습니다. 1세대 훈련사들은 일본군이 사용하던 (강압적) 방식을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죠. 반려견 훈련은 도제식이라 이 방식이 계속 대물림됐습니다. 경제 발전으로 소득이 늘어나면서 유학파가 등장하고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해외 반려견 훈련 영상, 자료 등을 접하며 새로운 훈련에 눈을 뜨게 된 거죠. 압박훈련의 반대인 '긍정훈련'도 선진국이라는 미국, 유럽에서 생긴 지 20년밖에 안 됐습니다. 저처럼 압박에서 긍정훈련으로 디벨롭(develop) 한 사람은 '크로스오버 트레이너'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더 발전할 거라 디벨롭이란 말을 쓰고 싶어요(웃음). ―긍정교육 도입 초기엔 반발이 심했을 것 같습니다.

▷제가 18세 무렵이었을 거예요. 외국 훈련사가 국내에 와서 세미나를 했는데 그때만 해도 기존 훈련사들은 이를 비판했죠. 대세인 압박훈련 대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니까요. 제가 훈련법을 바꾸니 기존 훈련사들에겐 그게 아니꼽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네가 훈련시킨 강아지는 왜 이렇게 정신이 없냐?' 이런 지적도 받았어요. 제가 강아지들이 신나게 뛰놀도록 만들어주니까 정신없어 보였던 모양입니다. 그들은 훈련사가 명령을 내리면 로봇처럼 똑같이 움직이는 반려견을 바랐던 거죠. ―외골수였군요?

▷반려견 예절교육을 하려면 반려견의 감정을, 반려견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이 이야기를 한국에서 처음 했을 땐 '이단아' 취급을 받았습니다. 반려견의 자존감을 키우면서 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때는 이단아였지만 최근 3~4년 사이 이런 훈련 방식이 주류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 "제대후 공사장·헬스장서 알바…500만원 모아 무작정 해외로"

강 훈련사는 2007년 압박교육이 주류였던 우리나라를 떠나 호주 일본 노르웨이 등의 여러 훈련소를 돌며 다양한 훈련 방식을 보고 배웠다. 호주의 경우 20세에 훈련소 18곳의 주소만을 가지고 맨몸으로 찾아가 면접을 보고 오기도 했다. 국내파에 영어도 익숙하지 않은 그에게 외국 생활은 큰 도전이었다. ―무작정 유학길에 오르셨는데 원하는 답은 찾으셨나요?

▷좋아하는 것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꼭 배우고 싶었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대가는 얼마든지 치를 준비가 돼 있었습니다. 군 생활 중에도 짬짬이 시간을 내서 항상 유학 준비를 했죠. 제대 이후 공사장에서 무거운 돌을 나르는 일용직 근무도 하고 저녁에 헬스장 아르바이트도 했습니다. 이렇게 바짝 500만원을 모아서 유학길에 올랐죠. 호주 일본 노르웨이 여러 나라를 다녔습니다. 제가 책('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을 통해 노르웨이에서 만난 안네 릴 크밤 선생님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어요. 지금의 제가 있게 해준 분이지만 이분을 만나야만 좋은 훈련사가 되는 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절 보고 반려견 훈련사의 꿈을 꾸는 분들이 많겠지만 꼭 제가 만난 그분을 만나야 좋은 훈련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라마다 좋은 생각, 기술을 가진 훈련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외국 유학 중 '강아지를 안 짖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왜 짖는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강 훈련사는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훈련이 잘못됐다고 깨달았다. 이후 1년6개월 동안 긍정훈련법을 다시 배운 그는 2014년 한국에 돌아와 새로운 훈련법으로 강아지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반려견이 아닌 보호자,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기로 한 것이다.

강 훈련사는 반려견을 통해서 지금의 동갑내기 아내인 수잔도 만났다. 여러 공원을 돌며 무료로 반려견 교육에 대해 가르쳐주고 있었는데 그때 지금의 아내가 다가와 18만원을 지불하고 교육을 받았던 것. 강 훈련사는 방송 등에서 "수잔은 제게 처음으로 돈을 내고 교육받은 사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강 훈련사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을 넘나들며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방송에 나온 보호자, 반려견의 사연은 다양하지만 보호자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방법은 비슷하다. 강 훈련사는 보호자와 반려견의 평소 행동과 관계를 관찰한 뒤 '보호자'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반려견을 만나러 가서 보호자를 훈련시키는 셈이다. ―방송을 보면서 느낀 점이지만 반려견도 보호자 하기 나름일까요?

▷반려견을 잘 키우는 방법은 왕도가 없어요. 다만 한 템포 쉬어가면 좋겠습니다. '왜 저런 행동을 할까' 우선 한 번 생각해주세요. 있는 그대로를 궁금해하는 관찰부터 시작해보면 좋겠습니다. 가르쳐주지 않고 혼만 낸다면 관계가 틀어지게 됩니다. 지적을 통해 행동을 고치고 싶다면 우선 상대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전 감성팔이 훈련사라고 불리죠(웃음).

반려견의 행동은 크게 세 가지 요소에 영향을 받습니다. 유전적인 요인, 보호자가 만들어준 환경, 보호자가 만들어준 기회죠. 유전적인 요인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환경과 기회는 바꿀 수 있습니다. 간식을 주거나 주지 않는 등 반려견이 보고,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죠. 보호자가 먼저 바뀌어야 강아지가 바뀝니다. 가령 산책의 경우도 보호자가 원해서가 아니라 반려견이 원해서 나가야 하죠. 북극곰에게 열대지방에서 살라고 가르치진 않습니다. 사자에게 채식을 교육시키지도 않죠. 반려견이 짖는다고요? 개가 짖는 건 당연한 거예요. 강아지들이 우선 왜 짖고,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나요?

▷'며칠까지 강아지가 짖지 않아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8개월 된 스피츠종 반려견이 있었습니다. 보호자는 일이 바빠 강아지와 함께 있을 시간이 없었죠. 보호자는 이 친구가 배변을 잘 가리기를 원해서 제게 의뢰를 해왔어요. 상담을 해보니 결과적으로 그분이 원하는 건 '내가 당신한테 돈을 지불할 테니 당신의 철학으로 강아지를 훈련시켜달라' 이거였어요. 반려견 교육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냥 돌아왔어요. 그분은 빨리 끝나는 교육을 바랐던 거죠. '나는 멋진 사람이고 내 하루는 이렇게 타이트하게 짜여 있는데 이 친구(반려견)가 내 하루에 문제를 일으키니 해결해달라' 이런 거예요.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하는 비즈니스 마인드는 곤란합니다. 내 가족에게 그렇게 할 수 없잖아요?

열 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강아지를 여럿 키우는 분도 만난 적이 있어요. 유기견이 불쌍해서 한두 마리씩 계속 데려오다보니 그 좁은 공간에서 열 마리 이상의 강아지를 키우게 된 거죠. 이야기를 들어보면 안타까워요. 이렇게 키우면 안 된다는 것을 보호자들에게 알려드릴 땐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지금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되는데 키우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런 말을 하기가 참 힘들죠. ―마지막으로 독자들을 위해 조언해주신다면?

▷매일경제 독자들은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실 겁니다. 유기견에 대한 포스터를 붙이거나, 건축 기술이 있다면 길고양이, 유기견을 위한 집을 만들어 주실 수도 있습니다. 기자님처럼 글을 쓰신다면 유기견에 대한 기사를 고민해보실 수도 있겠죠.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동물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직접 몸을 쓰는 봉사가 어렵다면 '동물을 사랑하자'는 댓글 하나는 어떨까요? 이런 행동들이 모여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 강형욱 훈련사는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학교 1학년 때 한국장애인 도우미견학교 훈련사로 입문하면서 반려견을 위한 삶을 시작했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호주 일본 노르웨이 등에서 연수를 받았다. 귀국 후 보듬컴퍼니의 대표이자 훈련사로서 '긍정교육' 전도사가 됐다. 저서로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가 있으며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반려견과 더불어 사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남양주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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